Normal day

기업 연말 인사와 선택

피터캣 2022. 12. 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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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업이든 월급쟁이는 연말이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세상은 축복과 축하로 가득차고 연휴와 크리스마스로 설레지만 기업은 내년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꼭 어나운스를 한다. 바로 연말 인사 이동 발령이다.
아주 날 것의 상태로 누군가 축하할 일이 있다면 위로가 필요한 명암이 갈리는 불편한 상황이다. 올해를 보상받기도 억울하게 보상을 못 받기도 결과에 대한 냉철한 책임을 지기도 한다.



이런 평가는 10년차 이하에겐 크지 않다. 연말 평가 점수 정도의 차이? 강의 후 성적이 나오는 정도이다. 이걸로 뭐 큰 차이도 안난다. 얼마나 대단한 일들을 차별화되게 한다고, 프로 선수도 아닌데 KPI를 격차 크게 나눌 수 있을까?
하지만 10년차 이후 장 급(manager level)이 되면 모든 게 불편해진다.


  1. 일단 평가로 끝나지 않는다. 평가가 좋아도 Job rotation이라는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Job discription이 바뀐다는 건 팀이 바뀌어서 동료가 바뀔 수 있고 내가 하던 일이 아닌 새로운 일을 새롭게 배워서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올해에 내가 일구어 놓은 프로그램을 두고 떠나야하며, 이미 내년 계획을 준비해 놓았지만 다시 계획해야한다. Job role을 파악하는데 또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2. 나랑 상관 없다고 생각했던 high level의 임원이 인사 이동을 하거나 내 레포트 라인으로 들어오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중간 보스가 있기에 난 몰라 높으신 분들 뭘 하시든 난 내 할일 잘하면 되지 라는 스탠스를 유지하기 어렵다. Task가 다양하게 떨어지고, 어제는 맞았고 잘했다고 생각했던 선택이 오늘은 잘못된 선택이 되게 된다. 난 나중에 임원 안 할거야 시켜줘도 안해라고 해도 임원이 새로오면서 나한테 영향을 주는 것 까지 막을 수 없다. 확실히 정권이 바뀌었을 때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임원 인사 발령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내 인사발령이 어느 임원 아래로 가느냐에 따라 큰 변화를 겪게 된다.

3. Working management role 즉 본인 일은 본인 일대로 하고 팀원 중 일부를 people management 하는 일이 생긴다. 결재권도 없고 인사권도 없지만 경험을 쌓아서 나중에 내가 매니저가 되었을 때 도움이 된다고 하며 사실 일이 넘어오는 것이다. 이게 참 희망 고문이다. 이런 일을 시키면 그 다음에 매니저 레벨로 가느냐 사실 그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까라면 까는게 좋고 기회라도 있는게 좋다고 할 수는 있다. 이게 10년 넘게 회사를 다니면 다가오게 되는 책임 같은 것이다. 일이 많아지는 것도 있으나 내가 관리하는 팀원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거의 팀원의 일까지 내 일이 되어 두배로 일한다 보면 된다.

5. 성과 보상이 연말에 지정된다. 매니저의 힘으로 나의 한 일의 정도가 달라지며, 이로써 공식적인 보상을 받는 인센티브가 달라진다. 올해는 보너스로 이 정도 받을거야 라는게 한 순간 발표로 예상 밖으로 적거나 많아지기도 한다. 뭐 맨날 기도메타를 해야하는 건지… 아무리 기업에서 객관적 KPI를 들이댄다 해도 나쁜 평가를 내리기엔 근거가 너무 많고 좋은 평가를 내리기엔 본인이 증명해내야하는 것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어쨋든 본인이 평가를 받는 절차까지도 본인이 책임져서 끝까지 챙겨야한다.

6. 이직제안이 온다. 인사철이라는 것이 회사 내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사 발령으로 내가 모시던 상사, 나랑 관계가 좋은 상사가 이직을 하여 다른 회사 임원으로 갈 경우 나에게 제안이 올 수 있다. 1년 내내 생각하지도 않았던 변수가 오는 것이다. 좋은 조건이면 또 가겠지만 그렇기 이직하면 나를 데리고간 임원이 승승장구 하기를 기도해라. 아니면 회사생활이 짧아질 수 있다.

7.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일들이 연말에 갑자기 그냥 툭 떨어진다. 뭐 예고도 없고 예상도 안되게 그냥 떨어진다. 인사 철이니 다들 이래저래 소설과 경우의 수를 따지지만 알지 않는가 다 썰이고 경우의 수는 보기 좋게 전제 부터 틀리게 된다. 한마디로 갑자기 회사에서 짤리는 것과 같이 충격적으로 통보 받는다. 연말이 풍요롭고 따뜻하고 즐겁기만 하지 않은 이유다.


이게 회사원이다 하고 연말을 받아들여라. 너무 결과에 얽메이지도 마라. 다 그렇다. 다 내맘 같지 않다.
할 수 있으면 회사의 선택이 내 컨트롤 안에 있도록 하는 것이 미래를 예상하고 내 삶을 계획하기 좋다.
한 번 시도해 보라! 방법은 누가 물어보면 내가 아는 한 대답은 해줄 수 있다. 그게 본인에게 적당히 맞을지는 모르겠다.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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